글 : 이경훈 / Nexperience 대표
새로운 밀레니엄의 시대를 맞아 국내의 소프트웨어 시장의 한계에 부닥친 업체들은 해외시장(특히 미국시장)으로의 진출을 최대 목표로 꿈꾸게 되었다. 국내시장에서 매출을 상당히 올렸던 기업들마저도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미국의 자본 투자를 받고 싶어하거나 미국의 NASDAQ시장에 상장되기를 갈구하고 있다. 그러나 몸보다는 마음이 앞선 많은 벤처기업들은 생소한 나라, 문화, 언어와 사람들속에서 어떠한 방안이나 대책없이 접근하고 있다. 마치 전쟁에 나선 젊은 혈기들이 무기 쓰는 법을 훈련받지 않은 상태로 적진에 낙하하는 격이 되고 있다. 필자는 실리콘밸리에서 18년 동안의 실전을 통해 축전되어 온 교훈들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고자 한다.
상품개념 (Product concept)
대부분의 벤처 기업 창업자들은 사업가라기 보다는 기술자로 구성되어 있다. 아무도 못 만들어낸 첨단의 기술을 소개하는 것도 좋지만 그러한 상품보다는 콜롬버스 달걀과 같이 해내기 쉽지만 꼭 없어서는 안되고 그로 인한 영향이 심각하게 나타나는 상품 개념이 승리한다. 흔히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러한 상품을 Painkiller(진통제)라고 한다. 여기에서 진통제는 신기술이 아니고 구기술이다. 당연히 맛도 없다. 아스피린의 경우에는 먹은 후 속도 불편하다. 그렇지만 심할 경우, 진통제를 안먹고는 고생을 많이 하게 되므로 쓴 맛에도 불구하고 꼭 먹게 된다.
세상에는 신기술을 이용해서 만든, 맛도 좋은, 광고도 많이 하는 비타민과 보약들이 수천 가지 있다. 필자의 경우는 비타민을 먹어야 한다는 동기보다는 머리 아플때, 아스피린과 타이레놀을 먹어야 한다는 욕구가 더욱 강하다.
이러한 고객의 욕구를 잘 이해하고 고객의 입맛에 맞는 상품의 개념과 디자인을 잘 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기술에 능한 사람이 아니고, 기술을 모르더라도 고객을 잘 이해해 주는 사람이다.
벤처 기업에는 이러한 마케팅 역할이 기업의 생사를 좌우하게 된다. 물론 진통제를 창안해 낸다고 모든 기업이 다같이 생존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유사한 진통제가 시장에 나와서 시장 경제를 장악하고 있을 확률이 큰 것이기 때문이다. 콜롬버스의 달걀은 알고 나면, 간단한 원리이지만 처음 착안은 도무지 아리송하기만 했을 것이다. 반면에 누구든지 모방하기는 쉽다. 시장 경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도약을 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생존은 당연한 권리가 아니고 어려움을 통해 함께 극복하고 창조해 나감으로써 얻게 되는 승리이다. Spreadsheet를 발명한 회사는 VisiCalc이다. Speadsheet를 Killer Application으로 보편화시킨 회사는 LOTUS이다. 원조 VisiCalc는 LOTUS에 도약을 당해서 망했으며 Microsoft는 LOTUS를 GUI와 Office전략으로도 약해서 Excel을 새로운 리더로 등장시켰다.
한국의 기술은 우수하다. 창조의 기술보다는 모방의 기술이 더욱 우수한 것도 사실이다. 모방의 기술은 대량생산이 되는 필수 제품의 생존에 너무도 중요한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저렴한 가격의 컴퓨터, 주변기기와 모니터를 잘 만들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와 인터넷은 필수 품목은 아니다. 이것은 물건의 차별성과 Benefit이 생사를 좌우하는 산업이므로 이런 산업에서는 도약할 수 있는 진통제가 더욱 중요한 생존 방법이다.
흔히 가지고 있는 희망(wishful thinking)사항은 도약할 수 없는 물건이라고 하더라도 큰 미국시장의 1퍼센트만이라도 점유를 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승부수를 던지게 된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산업의 구조는 집약정리(Innovate or Evaporate)가 강하다. 약자는 반드시 실패한다. 미국의 시장에 진출할 회사는 도약하는 진통제를 보유하고 그 상품을 마케팅과 영업을 할 수 있는 회사여야만 한다.
Positioning Focus
한국의 문화는 '양적인 문화'이다. 음식을 차릴 때는 상다리가 부러져야 직성이 풀리고 결혼식을 할 때는 수백 명의 하객을 초청하고 그들을 위한 피로연을 마련한다. 교회의 성공적 지랫대는 교인수와 예배 빈도수이다. 벤처 기업은 한 가지만이라도 정확하게 성공시켜서 고객으로 하여금 뚜렷한 전문 기업으로 인정받아야 하는 것이다. 상품의 홍보도 마찬가지다. 집중적인, 그러나 차별화된, 상품의 홍보
(positioning message)가 뚜렷한 회사만이 살아남는다. 많은 미래의 꿈을 가졌다고 해서 반드시 경쟁 시대에서 이기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작은 물건이라도 상품의 메시지가 분명한 상품이 살아남는다. 실리콘밸리에서는 흔히 'Elevator Pitch'를 강조한다. 로비에서 엘레베이터를 타고 10층까지 올라가는 동안 엘레베이터에서 만난 사람을 설득 할 수 있는 30초의 'product pitch'는 그 회사의 성공을 예측하기 때문이다. 신기술을 적용해서 많은 Benefit을 주는 상품은 복잡한 메시지만 남기며 30초 내에 간략한 설명이 힘들다.
필자는 '마포원조 숯불 갈비'의 간판을 보면 군침을 삼키곤 한다. 불과 3초의 메시지이다. 새로운 시설의 국제 레스토랑이 새로운 방식의 기술을 이용해서 갈비, 핫도그, 햄버거, 오징어를 굽는 식당이라고 소문이 나게 되면 필자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는 하지만 정작 군침을 삼키며 찾아갈 만한 식당은 아니다.
게릴라전쟁
전쟁의 승자는 꼭 강자만은 아니다. 월남전 당시 강대국 미국을 이겨낸 북베트남은 약자였다. Microsoft와 Symantec을 이겨낸 McAffee(현 Network Associates)는 시장에 신규 진입한 약자이었다. Internet Browser 산업은 NetManage를 이기고 Netscape가 시작했다. IBM과 Compag을 능가한 Dell은 조그마한 통신 판매업자였다. 베트콩이 미국식의 전형적인 전략 방식으로 접근했으면, 일주일만에 전쟁이 끝나고 걸프전과 같은 상황이 재현되었을 것이다. McAffee가 Symantec의 Norton Utility를 컴퓨터 유통에서 제외하려 했으면 이미 망했을 것이다. Dell이 IBM의 영업부와 같은 방식으로 고객 영업을 했으면 그 모양 또한 우스웠을 것이다. 미국 시장에서 이미 자리 잡고 있는 회사와 경쟁하려면 그 회사의 방식으로 전쟁해서는 안된다. 게릴라 전쟁의 방식은 필수적이다. 우리는 흔히 COMDEX에 가서 마이크로소프트의 마케팅방식을 보고 배운다. 우리는 켈리포니아 의 Fry's Electronics를 답사한다. 미국의 전략 방법을 배운 이라크는 미국을 미국식 전쟁 수행 방법으로 이기려고 했었다. 각 벤처 사업의 특수성과 환경조건을 이용하여 마케팅에서 도약하는 기업은 기술로 도약한 기업보다 생존할 확률이 더 크다. 유통상품으로 성공한 경쟁자를 가진 기업은 Internet-based Service로 경쟁할 수 있으며 Free down load로도 가능하고 다이렉트 마케팅으로 유통을 피할 수도 있다. 이런 흔한 방식을 떠나 새로운 Licensing방식을 구성해낼 수도 있다.
상품가격
물건의 가격처럼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없다. 하지만 사실은 제일 어려운 결정이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기능을 상품에 부여하기 위해서는 밤낮을 세워야 하는 것은 보통이다. 하지만
가격 결정은 점심식사 중에도 결정이 가능하다. 기업의 영업방식(Business Model)을 모르고는 가격을 결정해서는 안된다. 대부분의 벤처 기업들은 우선 가격 결정을 내리고, 차후에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는지 궁리하는데 이것은 두서가 바뀐 격이다. 영업방식이 뚜렷한 기업은 가격 결정이 저절로 이루어지고 마진, 경쟁가격, 비용, 수량을 분석한 기업은 영업방식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 영업방식은 이중 유통구조, 직접판매, 무료사용, OEM License, Site license, Web service 등 다양한 게릴라전쟁 방법을 착안하면 더욱 좋다. 또한 많은 벤처 기업들이 공통적 실수를 하게 되는데 저렴한 가격이 경쟁력의 주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는 도약한 진통제가 아닌 경우 가격만으로 경쟁하는 것은 위험하다. 옛말에도 '싼 것이 비지떡'이라는 속담이 있는가 하면 '싼 것도 많이 팔면 된다'는 말도 있다. Commodity Hardware로 저렴한 가격만 가지고도 성공한 사례를 보고 배운 우리에게는 저가의 제품을 가지고 경쟁한다는 것이 당연할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가격 경쟁에서의 저가 경쟁은 제품을 가지고 경쟁한다는 것이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는 주요경쟁 요소가 되지않는다.
수요와 영업 (Demand Management and Sales)
'좋은 물건은 저절로 팔린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갖는 생각이자 상품개발을 끝낸 벤처기업가들의 희망사항이다. 성공적인 기업들은 상품개발보다는 시장개발에 더 집중한다. 미국시장으로 상륙하는 상품의 경우에는 더욱 시장 개발이 절실하다. 물건의 기술은 훌륭하지 않더라도 상품의 positioning이 분명한 진통제를 시장 개척에 몰고 가는 기업은 크게 성공한다. 훌륭한 상품이라도 시장 개척에 미약한 상품들은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시장 개척은 실리콘밸리에 있는 영어 잘하는 한국 교포가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창업투자 전문회사에게서 투자를 유치해서 되는 일도 아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오래 살아서 소프트웨어 산업을 많이 아는 사람의 도움도 해결해주지 않는다.
COMDEX에 출품하고 press announcement를 해서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미국에 지사를 열고 해외 사업 이사를 파견해도 뾰족한 수는 생기지 않는다. 미국시장의 고객을 상대로 미국사회와 산업에 침투하려는 용기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침투 방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미국 기업으로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다. 진실한 미국의 기업에서 미국 고객의 심리와 시장동향을 능숙하게 알고 적합한 실무 경험이 풍부한 현지 전문인과 손잡는 것이 지름길이라고 본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케네디 대통령은 그 당시 소련에게 우주전쟁에 패배하고 국민들에게 다음과 같이 호소하고 단결과 결심을 부탁했다.
"We go to the moon because it is HARD" |